자본주의에 의해 몰락한 첵스 회사의 최후 (feat. 부정선거)
지금으로부터 무려 16년 전인 2004년 12월에 농심켈로그에서 첵스초코의 홍보를 위해 첵스초코나라 대통령 선거 이벤트를 열게 된다. 밀크 초코맛을 상징하는 체키와 악역으로 등장하는 파맛 첵스의 차카의 대결 구도다. 농심켈로그는 이 대결을 통해 온라인으로 투표를 받았고, 둘 중 더 많은 표를 획득한 쪽의 첵스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생각은 대개 파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벌인 투표이기 때문에, 당연히 압도적으로 체키가 이길거라 생각했다. (답정너 투표)
온라인을 통해 홍보를 하려했던 의도에 맞게 이 사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단순히 웃어 넘겼지만, 웃긴대학의 여론은 달랐다. 마치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듯한 시늉을 하는, 투표를 빙자한 홍보에 심기가 불편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이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기호2번 파맛 첵스 차카에 몰표를 넣자고 하면서 반전이 시작된다.
웃긴대학의 네티즌들이 몰려가 투표를 시작하자 회사가 기획한 의도의 정반대인 차카에 표가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웃긴대학 외의 타 커뮤니티에서도 웃긴 대학을 응원했고, 모두 한마음이 되어 기호2번 파맛 첵스의 표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파맛 첵스를 국밥에 넣어먹으면 딱이라는 여론도 함께 힘을 더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심켈로그는 크게 당황하였고, 자신들이 의도대로 되지 않자 상황 파악에 나섰다. 실제로 조사를 해본 결과 204명이 4만 7천여표를 부정으로 투표한 것이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수는 여전히 차카의 승리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왠 걸?
갑자기 ARS와 롯데월드의 투표수를 집어넣으며 체키가 당선됬다는 결과와 함께 급하게 막을 내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론은 부정투표를 한 204명이 아닌, 독재정권으로 막을 내린 농심켈로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결국에 우리에게 결정권은 처음부터 없던 것이고, 투표 따위의 결과는 어찌되든 상관없었던 것이다. 과거 시절의 독재정권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 때를 회상하며 부정 선거에 대한 농담 반, 진담 반의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는 한국에서 온라인 투표의 역관광이 널리 퍼진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제와서야...
16년의 독재정권을 끝내고 마침내 농심켈로그에서 파맛 첵스를 선을 보였다. 내가 지금 글을 적으면서도 첵스 홍보를 하는 것 같아 상당히 불쾌하고 켈로그회사의 노림수대로 농락당하는 기분이 들지만, 나름 온라인 상에서 의미있는 사건이기에 다뤄봤다.
농심켈로그는 유튜브에 파맛 첵스의 시식단을 모집한다며 영상을 올렸다. 6초짜리 짧은 영상에서는 "미안 미안해~ 미안 미안해~" 노래가 나온다. 아마도 자신들이 저지른 부정의 행위에 대해 인정하는 걸로 보인다.
이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면 괘씸하다는 의견과 순전히 재미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다 필요없다고 맛이 어떨지나 궁금하다. 16년만에 얼마나 발전해서 나왔을 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