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021. '기라성'같은 선배님! 기라성은 뭘까
우리가 선배를 치켜세울 때 흔히 "기라성 같은 선배님"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는 중국집 같기도 하고, 만리장성처럼 커다란 성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기라성은 대체 뭘까.
기라성은 한자어로 綺羅星. 綺-비단 기, 羅- 늘어놓을, 비단 라, 星-별 성. 한 마디로 비단을 늘어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별을 뜻한다. 하지만 이는 나중에 '기라'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한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번쩍인다'를 뜻하는 일본말 '기라(きら)'에서 나온 단어다. 일본말로 키라키라(きらきら) 라고 한다면 한국말로는 반짝반짝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라성이라는 표현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을 의미한다.
기라성같은 수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으니 내 마음이 든든하군요.
이렇게 기라성같은 선배님을 뵙다니 영광입니다.
그들이 서있는 단상 위에는 육해공군의 장성들이 기라성처럼 늘어서 있었다.
단어 자체의 유래는 일본어이기 때문에 이 단어를 일본어의 잔재라 말하며 사용을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대신에 '샛별같이', '은하수처럼', '빛나는 별처럼'이라는 교과서적이고 어린애들이나 쓸법한 오그라드는 표현을 권장하곤 한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미 과거에 일본어의 잔재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불필요한 일본어들이 걸러졌고 현재는 경쟁력있는 단어들만 살아남았기 때문에 잔재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청산되었다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일본과의 문제가 민감하게 남아있는 상황이었고, 단어를 일본에 지배당하면 정신 또한 지배당한다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상에 녹아있는 일본어들을 하나하나 없애기 시작했다. 이는 바람직한 분위기였으며, 좀 과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어묵을 오뎅이라 부르는 것도 나쁘다며 교육시켜왔다. 하지만 이제 청산과정은 끝난 상태다. 흔들렸던 한국의 정신은 이제 자리를 잡았고,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는 낮아진 자존감 또한 회복된 지 오래다. 오히려 이제는 한국이 일본을 앞지르고 있는 지경이다. 이제 남은 일본어들은 단지 한국어를 서포트하는 개념이다. 우리가 영어를 쓴다고 해서 사대주의라 할 수 없듯이, 초밥을 스시라고 부른다고 해서 친일파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어차피 단어는 경쟁력을 잃으면 도태된다. 개그맨들이 유행시킨 유행어나 인터넷에 퍼진 유행어들도 잠깐 전성기를 맞이하고 사라지는 단어들이 있는가하면,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오르내리는 단어가 있기도 하다. 굳이 쓸데없이 애국심 불태우며 단어를 억압하지 말자. 일베 단어만 안쓰면 굳이 쓰지 못할 표현이 무엇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