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를 뗀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과거에 사냥을 할 때에는 활, 창은 물론 길들인 개, 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매사냥'은 아주 호사스러운 사냥으로 유명했다. 매사냥은 백제시대부터 시작되었었다고 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매사냥이 유행할 당시 매가 뒤바뀌거나 누군가 매를 훔쳐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사냥에 쓰이는 매는 특별히 관리가 필요했는데, 이 때 등장한 것이 '시치미'라는 것이다. 시치미는 얇게 깎은 네모 형태를 띄며, 이 곳에 매의 이름, 종류, 나이, 빛깔, 주인 이름 등을 적어 꽁지 부분에 달아놓는다. 지금으로치면 매의 주민등록증인 셈이다.
하지만 시치미를 달아놓아도 훔쳐가는 놈은 있는 법. 매의 소유주가 적힌 시치미를 떼어버리고 마치 자신의 매인 것처럼 꾸며대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시치미를 뗀다'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
주인이 와도 시치미를 떼고도 떼지 않은 척,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행동하는 것이다.
아양을 떤다
애교를 부리는 행동
한편, 젊은 기첩의 간드러진 아양에 정신이 팔려 세월 가는 줄 모르던 적객들은 이해 여름이 되자 돌연 불안한 먹구름에 휩싸였다.
-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그 애가 자리를 뜨더니 자기 친구하고 상대가 되어있는 놈에게 가서는 아양을 떠는 겁니다.
- 황석영 <섬섬옥수>
'아양'이라는 단어는 옛날에 부녀자들이 머리에 쓰던 옷차림인 '아얌'에서 유래되었다. 이 아얌은 겨울에 부녀자들이 나들이를 나갈 때 추위를 막기 위해 머리에 쓰는 장신구의 일종이었다. 위에는 터져 있고, 밑에는 털이 달려 있으며, 앞에는 붉은 술을 늘어트리고, 뒤에는 넓고 긴 검은 비단 댕기가 달려 있다.
재밌게도 이 아얌을 쓰고 나들이하면 걸음을 걸을 때마다 붉은 술과 비단 댕기가 흔들리면서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게 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유래하여 '남의 시선을 끌거나 남에게 돋보이려고 하는 말이나 행동'을 '아양을 떤다'고 말하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남에게 특별히 잘 보이기 위해 애교를 부리며 알랑거리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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