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어릴 적 돈까스를 사준다는 핑계로 병원에 간 경험이 많을 것이다. 본인 또한 그렇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병원에 누워서 공포에 떨며 싸늘한 수술대 위에서 모든 것을 체념했다. 마치 원주민들이 성인이 되면 의례적으로 성인식을 치루는 것처럼, 과거에는 일정 나이가 지나면 포경수술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왜 엄마들은 포경수술을 하러 데려갈 때 고래잡는다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 남자의 성기가 고래와 비슷해서일까. 내꺼는 전혀 고래만큼의 포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데 왜 고래를 잡는다고 하는걸까. 당신이 고래만큼의 포스를 보인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형님으로 모실 수 있다.
한자를 보면 알겠지만 이는 일종의 말장난이라 할 수 있다. 고래잡는 표현을 뜻하는 한자와 표피에 덮혀있는 남자의 성기를 지칭할 때의 한자가 똑같다는 걸 알 수 있다. 捕-잡을 포, 鯨-고래 경. 고래를 잡는 행위를 포경이라 부른다. 包-쌀 포, 莖-줄기 경. 여기서의 쌀은 먹는 쌀이 아닌 감싸고 있다의 표현이다. 한 마디로 남자의 줄기를 싸고 있는 것, 이것을 포경이라 한다.
어릴 적에는 꼭 필수적으로 위생을 위해 포경수술을 했지만, 요즘에는 위생 수준이 높아진 만큼 필수적으로 해야한다 보기는 어렵다. 잘 씻기만 하면 문제가 없는 것이다. 포경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남자의 성감대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로 포경수술을 한 남성의 경우, 하지 않은 남성에 비해 쾌감의 정도가 많이 약하다고 한다. 포경수술을 할 때에는 부디 아들의 의사를 물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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