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자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 붙이는 남자를 보고 '쑥맥'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표현은 주로 남자에게 사용되는 데 소심하거나 어리숙한 행동을 했을 때나 낯을 심하게 가리는 사람을 가리켜 쑥맥이라 부른다. 쑥맥은 어디서부터 사용되어온 말일까?
쑥맥의 바른 표현은 '숙맥'이라는 표현이다. 숙맥에서의 숙은 콩(菽-콩 숙)을 뜻하고 맥은 보리(麥-보리 맥)를 뜻하므로, 숙맥은 콩과 보리를 뜻한다. 하지만 숙맥의 한자 표현을 알았다고 해도 의문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이 단어의 어원을 알기 위해선 좀 더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기원전 573년, 진나라의 대신 난서와 중항언은 임금 여공을 죽이고 주나라에서 나이 14세의 주자를 맞아들여 임금으로 세웠다. 주자가 진나라 대부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사람들이 임금을 찾는 것은 임금에게 명령을 내리게 하여 나라를 다스리게 하려는 것이다. 임금을 세우고 그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임금이 필요하겠는가"라고 하여 대부들의 충성서약을 받았다. 반면 주자의 형은 어리석어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에 임금이 될 수 없었다고 한다.
- 춘추좌씨전
춘추좌씨전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주자의 형을 '어리석어 콩과 보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여기서 나온 말이 숙맥불변(菽麥不辨)이라는 표현이다. 줄여서 숙맥. 어리석고 못난 사람, 사리 분별을 못하는 사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 근래에는 지나치게 순수해서 숫기가 없는 사람을 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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