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018. '돌팔이'와 '얼간이'
돌아다니고 팔러다녀서 돌팔이?
돌팔이는 어디서 온 말일까
우리는 전문 기술로 벌어먹고 살지만 실력이 형편없는 자를 일컬어 '돌팔이'라 부르고, 현재는 주로 의료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주로 사용한다. 돌팔이라는 단어는 그 어원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장돌뱅이. 장돌뱅이는 장돌림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각 장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장수를 말한다. 즉,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팔아먹는 이를 일컫는 것이다. 이들은 한 곳에서 정착하지 않고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상대를 현혹시켜 물건만 팔아먹을 수 있다면 뒤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직종이다. 그로 인해 대부분 제대로 된 물건을 파는 경우는 드물었고, 이런 계열에 잘못 걸리면 말 그대로 돈 낭비고 최악의 경우는 인생까지 망칠 수 있다.
그래서 장돌뱅이 중에서도 평이 좋지 않은 이를 돌팔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으며,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나름 신빙성있는 주장이다.
돌바리. 예전에 한 곳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무당을 일컬어 돌바리라고 불렀다. 돌바리는 '돌다'라는 동사와 무당의 조상으로 알려진 바리공주의 '바리'가 합쳐진 단어다. 그래서 돌바리를 돌무당이라 부르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장돌뱅이처럼 이곳 저곳을 떠돌며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병자들의 점도 봐주고 치료까지 하곤 했다. 이 때, 치료 효과가 제대로 먹혀드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의학 지식이 정확하지 않다보니 별 효과도 없고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이 생겨났다.
이렇듯 문제가 많아지게 되자 돌바리라는 단어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자격없이 돌아다니는 무당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고, 이 말이 후대에 돌팔이라 변모되었다.
최근에는 주로 의학계 용어로 사용하다 보니 돌바리라는 어원에 더 무게가 실리는 듯 보인다.
간이 덜 된 인간? 얼빠진 인간?
얼간이의 유래
'얼간이'는 '됨됨이가 변변치 못하고 모자란 사람'을 의미한다. 얼간이라는 말은 어디서 온걸까. 이 역시 두 가지 어원이 존재한다.
얼간. 채소 등을 약간 절이는 것을 '얼간'이라고 한다. '얼간구이', '얼간쌈', '얼간김치' 등 소금을 약간만 넣어 만든 요리앞에 얼간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이렇듯 얼간은 간이 완전히 들지 않은 상황, 이 단어에 사람을 나타내는 의존명사 '-이'가 붙어 '얼간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얼간이는 모든 걸 확실하게 알지 못하고 부족하게 알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얼. 우리 말에서 '얼'이라는 단어는 '정신'을 의미한다. 그래서 흔히 정신 나간 사람을 비유하여 '얼 빠진 놈', '얼 나간 놈' 등으로 표현했다는 것에서 '얼간이'라는 단어가 파생되었다고 본다.
두 가지의 어원 중 그래도 설득력 있어 보이는 것은 간이 덜 된 표현의 얼간에서 왔다는 설을 유력하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