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수학자들 중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을 천재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존심도 굉장히 쎄기 때문에 쉽게 남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천재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천재는 있기 마련.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천재가 한 명 있었다.
폰 노이만.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그가 남긴 수많은 업적보다는 그의 놀라운 일화들로 인해 더 유명할 것이다. 물론 나도 이 곳에 그의 업적들을 굳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그가 왜 천재인지에 대해 간단한 몇 가지일화들로 그의 클라스를 알아보자.
1. 1963년 <원자핵과 기본 입자에 관한 이론과 기본 대칭입자의 발견>에 관한 공로로 '유진 위그너'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노벨상 수상 당시에 "이 상은 제가 아니라 폰 노이만이 받아야 합니다."라는 말을 꺼냈다. 또, 헝가리에는 왜 그리 천재가 많냐는 질문에 "무슨 소리인가요? 천재는 노이만 한 사람밖에 없는데." (폰 노이만과 유진 위그너는 헝가리 출신)
그는 어린 시절 '폰 노이만'과 만나 친구가 되었다. 폰 노이만은 5살 때 여덟 자리 수의 나눗셈을 하였으며, 9살 때는 미적분을, 12살때는 한살 형인 유진 위그너에게 정수론을 가르쳐줬다고 전해진다. 수학을 하면 폰 노이만을 절대 이길 수 없겠구나 싶어 물리학으로 전공을 돌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2. 유명한 수학자였던 '포여 죄르지'는 취리히 대학 시절의 폰 노이만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예전에 그가 있던 클래스에서 강의할 때, 어떤 정리를 소개하면서 아직 증명되지 않았으니 꽤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폰 노이만은 5분 후 가만히 손을 들더니 칠판에 나와 증명을 바로 써 내려갔다. 그 때부터 나는 폰 노이만을 두려워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와 비슷한 일화로 다른 교수도 증명되지 않은 정리를 수업중에 설명했는데 수업이 끝나고 폰 노이만이 증명한 종이를 들고 찾아왔다는 기록도 있다.
3. 한 물리학자가 들려준 일화다. 동료 수학자 중 한명이 며칠 동안 밤을 새서 푼 문제를 갖고 폰 노이만에게 장난을 치기 위해, 문제를 풀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같이 문제를 풀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폰 노이만이 문제를 순식간에 술술 풀어나갔고, 자신이 밤 새워 풀었던 가장 어려운 부분만 남겨놓자 화난 수학자는 답을 말하고 나가 버렸다. 1분 후, 폰 노이만은 그가 말한 답이 옳다고 말한 뒤 30분정도 어떻게 자신보다 빨리 풀었는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물리학자가 사실을 이야기해 주자 그제야 웃으면서 밥을 먹으러 갔다고 한다.
4. 폰 노이만이 자문을 해주었던 군사 협력 업체에서 복잡한 계산이 필요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고민하다 폰 노이만에게 물어보게 된다. 그러자 그는 "컴퓨터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한 채, 잠깐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보더니 종이에 몇 줄의 식으로 완벽한 해답을 내놓고는 "이제 밥 먹으러 갑시다"라고 말했다.
5. 누군가 “200마일 길이의 철로의 양쪽 끝에 서 있는 두 대의 기차가 시속 50마일의 속도로 서로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이때부터 두 기차가 서로 충돌할 때까지 파리가 시속 75마일의 속도로 두 기차 사이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파리가 이동한 거리는 모두 몇 마일일까요?”라는 질문을 폰 노이만에게 했다. 폰 노이만은 1초의 지체도 없이 150마일이라고 대답했다. 질문을 한 사람은 실망하면서 “역시 당신은 속임수에 걸리지 않는군요. 대개 사람들은 이 문제를 무한급수를 이용해서 풀려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간단한 논리를 이용해서 파리가 2시간 동안 움직인 거리를 알아내면 금방 풀리죠. 당신은 그렇게 풀어낸 거죠?” 폰 노이만은 대답했다. “아뇨. 무한급수로 풀었는데요.” 이 문제는 고등학교 이과 수학의 등비수열 수준의 문제이나 폰 노이만이 무한급수를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머릿속에서 초항부터 계산해서 전부 더했을 가능성도 있다. 후에 리처드 파인만도 동일한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파인만은 이미 폰 노이만의 일화를 알고 있었기에 쉬운 풀이로 답을 구해놓고 "무한급수로 풀었는데요?"를 시전하는 능청을 부렸다. 참고로 파인만도 대단한 천재였지만 폰 노이만과 같이 살아있는 컴퓨터처럼 암산을 하는 타입의 천재는 아니었다.
6.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의 초창기, 개발자들은 완전히 맨땅에서 시작했기에 탄도 미사일이라는 것이 어떤 물건이 될지 개발 과정이 맞는지조차 혼란스러워했다. 이 와중에 누군가 '노이만에게 물어보자'고 제안했고 개발자들은 몇 개월간 연구한 수천 페이지의 문서를 들고 그에게 찾아갔다. 노이만은 그들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겠다고 하였다. 개발자들이 "그럼 얼마 후에 방문하면 될까요?"하고 물어보자 "아, 거기 잠깐만 앉아 보세요."하고 말하며 2시간 동안 자료를 뒤적거리다가 종이와 펜을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설명은 완벽했다고 한다.
또, 동일한 미사일의 개발 도중, 한 학자가 수백 장의 보고서를 들고 폰 노이만에게 찾아갔다. 폰 노이만은 보고서를 앞 장을 빠른 속도로 읽고 갑자기 뒤에서부터 대충 몇 장 넘기더니 "이 구상은 너무 허무맹랑한데요, 사람 손으로는 불가능하고, 신이라도 쉽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고 곧바로 그 이유에 대해 완벽히 설명해 주었으나, 그 학자는 납득하지 못하고 노이만을 이겨보겠다는 욕심에 2달이나 더 매진하고는 그제서야 진짜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7. 말년에 폰 노이만은 “현대 수학은 매우 복잡합니다. 당신은 과연 현대 수학을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노이만은 이 질문에는 그답지 않게 한참을 매우 신중하게 생각했다가 “28퍼센트.”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고작 28%?’라고 의문을 품기 전에 잘 생각해 보자. 대개 ‘알면 알수록 자기가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는 것이 학문의 길인데, 학자인 폰 노이만이 ‘나는 안다’고 과신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모른다’고 겸손을 떤 것도 아니라 찬찬히 생각한 뒤에 저렇게 구체적인 비율을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은 나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100%가 어느 정도인지 윤곽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답이다.
이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으나, 이런 일화들이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과장되고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들도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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