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신으로까지 모시는 관우의 매력이 처음 터지는 순간은 호로관 전투다. 조조가 따라준 술을 뒤로한 채, 돌아와서 먹겠다는 그 건방지지만 멋진 모습에 이 때부터 관우의 매력속으로 흠뻑 빠지게 된다.
우선 삼국지연의에서의 내용을 살펴보자.
동탁군은 반동탁연합에 맞서 호로관을 사수하면서 전쟁을 벌인다. 동탁군의 편에선 여포가 출전하려 하자 화웅이 이를 가로막으며 희대의 명대사를 던진다.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려 하십니까?"
화웅은 여포를 대신해 출전하여 9척에 달하는 큰키로 날렵하게 창을 휘두루며 손견의 수하 조무, 원술의 부장 유섭, 한복의 부하 반봉 등을 베어나가며 반동탁연합을 곤경에 빠뜨린다.
결국 관우가 자진해서 나서지만 원소는 밑바닥 출신이 뭘 하겠냐고 깔보았고 다행히 조조가 중재를 하면서 따뜻한 술 한잔을 따라준다. 그러자 관우는 "먼저 술을 따르십시오. 제가 곧 돌아오리다."
멋지게 나간 관우는 화웅을 쓰러뜨린 후 그의 목을 들고 돌아와 땅바닥에 내던져버렸다. 이 때의 술은 아직 따뜻한 상태였다.
관우의 출사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누구도 제압해내지 못한 화웅을 순식간에 베어내고 돌아온 관우의 모습에 취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술은 관우가 마셨지만, 우리들은 관우에게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정사를 살펴보면 어떨까. 재밌게도 살펴볼 것도 없이 역사서에는 화웅에 대한 언급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딱 한 곳, 그리고 딱 한줄, 화웅이 언급되는 책이 있는데 오직 <손견전>에서 뿐이다.
손견은 처음에는 패배했지만 다시 군세를 모아 동탁군과 싸워 대파하고, 그 도독인 화웅 등의 목을 베어냈다.
손견전은 확실히 손견 위주의 역사서이기 때문에 관우의 활약상을 적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당시 관우는 공손찬의 따르는 유비의 밑에 있었기 때문에 전투에 참가했을 확률이 상당히 떨어진다. 또한, 다른 역사서에는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나관중의 상상력으로 이 부분을 메꾸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비중없는 정사에 비해 연의에서는 막강한 힘을 가진 중간보스급으로 등장하니 취급이 좋아진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것은 관우를 띄우기 위함이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투 후에 여포와 맞붙었다는 이야기는 허구이다.
화웅이 죽자 여포가 출전하게 되고, 이번에는 관우가 아닌 장비가 출전한다. 평소 자신이 관우와 대련을 했을 때 전적이 비슷한데 관우에게만 쏠리는 주목에 기분이 나빴는 지 자신의 무용을 뽐내기 위해 여포를 향해 돌진한다. 둘은 80합이 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고, 점차 장비가 밀리게 되자 이를 지켜보던 관우가 장비를 위해 출전한다. 일대일 대결에서 굉장히 선넘는 행동이였지만, 나관중은 이를 마치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관우가 출격해도 끝날 기미가 없자 유비가 검을 들고 여포를 향해 돌진한다. 여포는 세명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점점 밀리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리치가 짧은 유비를 노려 공격한 후 시선이 유비에게 몰릴 때 쏜살같이 도망쳤다.
이 장면은 내용만 보았을 때는 여포의 무력을 띄워주는 듯 보이나 실상은 제갈량을 만나기 전까지 딱히 활약이 없는 유관장 3형제를 이야기의 중심에 세우기 위해 만든 장치로 볼 수 있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관우가 장비가 위험하자 도와주러 출격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장비의 공을 뺏기 위함이 아닐까하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관우는 막타를 치려고 나간 것은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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