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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학

잘 치뤄진 개콘의 장례식, 21년간 고생했다

by 계단창고 2020.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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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장례식

 

 

우리들의 추억이 담긴 개그콘서트의 역사가 21년만에 장례를 치뤘다. 장례식에는 수많은 졸업한 선배들이 몰려나와 마지막을 장식했다. 코로나로 인해 쓸쓸한 관객석엔 연기자들이 자리를 채웠고 공연이라기 보다는 종영식, 어쩌면 정말 장례식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했다. 오랜만에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화가 나지 않았고, 순수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마지막회를 본 것 같아 개운했다. 그동안 친하게 지낸 친구와 크게 싸운 후에 왜 싸웠는 지 후회하는 기분이랄까.

 

마지막 개콘의 모습은 늘 내 옆을 지켜주었지만 이제는 약하고 병들어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반려견과 같았다. 남은 일생이 고통뿐이라면 안락사를 택한다 해도 틀린 선택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 무를 가는 박준형

 

 

웃겨야 하는 사람들의 장례식은 웃어야 되는 걸까, 울어야 되는 걸까. 끝내 벅차오르는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많은 개그맨들이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다. 항상 재밌는 상황에서 울려 퍼지던 김정호의 님, 일명 "간다~"라는 음악이 오늘은 어찌나 슬프게 울부짖던지, 보는 나도 순간 울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눈물은 억지로 짜낸 신파극이라기 보다는 정든 이를 떠나 보내는 감정에 더 가까우리라 본다.

 

 


 

 

 

 

 

마지막회라서 가능했던걸까. 그동안 쌓인 개그맨들의 말못한 고충들과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한 콘텐츠들은 쏟아져 나오는 데, KBS는 공영방송국이라는 이유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과 쓰지 말아야 할 단어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새끼'라는 표현조차 용납이 안될 정도라면 15세 이상 관람가능은 왜 붙여논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우리가 시적 허용이라는 말이 있듯이, 약간의 비속어와 잘못된 표현들은 개그적 허용으로 넘어가 줄 수는 없던 것일까.

 

우리가 모든 이를 만족하는 방송을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방송을 보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시청자게시판에 욕 한 바가지 퍼붓고 방송을 안 볼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방송국은 왜 그런 사람들까지 잡고 싶어서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채웠던 걸까. 왜 있던 사람들마저 떠나게 만들었던 걸까. 나같이 말하던 사람들의 마음도 잡고 싶은,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았던 걸까.

 

 

 

 

 


 

 

쓸데없이 또 이런 저런 소리를 늘어놓았다. 어쨌든 그들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떠나는 사람들도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떠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개콘이라는 무대는 사라졌지만, 제약없이 맘껏 재능을 뽐낼 수 있는 유튜브 등으로 계속 만날 수 있으니 그들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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