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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학

코로나로 인한 명예죽음, 개그콘서트의 사실상 폐지 (2)

by 계단창고 2020.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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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안심쿵'

 

다음 코너는 개그맨 안상태가 나오는 <안심쿵>이라는 코너다. 안상태가 탐정으로 나오는 데, 생각보다 연기를 잘한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본을 그나마 살린 것이 연기자들의 연기다.

 

안상태는 예전 <깜빡 홈쇼핑>의 '안어벙' 캐릭터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그 후에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갑자기 연기쪽으로 눈을 돌려 드라마 쪽에서 모습을 보였다. 조승우를 좋아해서 드라마 '마의'를 챙겨봤었는데, 거기서도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필모를 보니 다른 드라마의 조연으로 많이 출연했다.

 

또한, 예전에 안상태는 유튜브에 단편 영화를 올린 적이 있다. 조회 수가 100만이 넘고, 나름 호평을 받았다. 아마 그 부분을 착안해서 PD가 안상태에게 이 역할을 맡긴 걸로 보인다.

 

 

앞의 다른 코너들이 너무 별로인 탓인지, 이 코너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물론 내용면은 부실했지만, 연기자들의 연기가 좋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개그맨은 아이디어 보다는 연기력이 좋아야 한다. 의미없는 대사를 치더라도 잘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는 아주 큰 문제다.

 

대부분의 공개 코미디에서 한 두 코너를 제외하면 아이디어가 뛰어난 코너들은 별로없다. 대부분 개그맨의 연기력으로 승부를 본다. 그런 면에서 개콘에 남아있는 현재 멤버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연기력이 너무 형편없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코너는 그래도 선방했다.

 

 

개그콘서트 '이런 장면 꼭 나와'

 

개그맨 이창호와 곽범이 이끄는 <이런 장면 꼭 나와>

 

작년 쯤 <멜로가 필요해>라는 코너에서 둘이 같이 호흡 맞추는 걸 봤다. 그 때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죽기 전,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되고 싶은 친구를 위해 맞춰주는 내용. 영화 속 장면 따라잡기라는 소재를 버리기가 아까운 모양이다. 

 

<이런 장면 꼭 나와>는 영화나 드라마의 클리셰를 말하고 있다. 내용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았다. 나는 개콘을 보면서 '이건 대박이야!' 하며 절대로 웃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개콘을 보며 나쁘지 않다고 평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평가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개콘을 계속 보는 내내 패널들의 말소리가 거슬린다. 앞에서도 계속 말했지만, 웃음소리면 충분하지 굳이 정리되지 않은 멘트들을 집어넣어야만 하는걸까. 이렇게 개그맨들에게 거들어주는 멘트를 치게할 것이라면 정확히 어떤 타이밍에 어떤 대사를 칠지 준비를 해오라거나, 대본을 줬어야 한다. 서로 멘트 하나라도 더 치겠다고 오디오 겹치며 한마디씩 툭툭 뱉는데, 재미도 없고 극을 방해만 할 뿐이다.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할거라면 적어도 이런 상황을 통제할 분위기를 잡아주거나 MC가 있어야 한다.

 

 

개그콘서트 '바바바 차력쇼'

 

개콘 1000회 이후, 박준형의 영입은 좋았다. 본인만의 개그 색깔이 있는 사람이고, 정신적 지주가 없는 현재의 개콘에서 나름의 기둥 역할을 해줄거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긴 공백기를 가지고 바로 나와서 개콘을 이끌어가기엔 1년이란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개그의 팬으로써, 개콘의 가장 큰 부재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확실히 잡히지 않는다면 연기자는 물론 보는 입장에서도 감정이입이 생기지 않는다. 지금의 개콘이 딱 그렇다. 개그를 하는 캐릭터에 대해 몰입감이 생겨야 하는데, 그냥 대본만 읽어대니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바바바는 그런 캐릭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른 후배 개그맨들의 역할이 전혀 없다. 과거 정총철이나 오지헌은 그 자체만으로 관객을 휘어잡는 연기력과 재능이 있었지만, 지금 박준형의 옆에 남아있는 개그맨들은 관객을 잡을만한 끼가 없어 보인다.

 

 

개그콘서트 '슈트맨'

 

마지막은 <슈트맨>이다. 슈트맨을 보고 정확히 느꼈다. 개콘에 남아있는 관계자들은 개콘에 대한 애정이 없구나라고. 아니면 애정만 남아있고 노력은 전혀 없구나라고. 어릴 적 내가 봤던 요정 컴미나, 매직 키드 마수리가 더 재밌으면 재밌었지,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개콘의 코너들을 보고 나니 개콘은 타겟층을 어린 아이로 잡은 것이 확실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부분의 코너들이 이런 유아적이고 1차원적인 개그를 할 리가 없다. 설마 가족들이 함께 보는 걸 기대하면서 모든 연령층을 잡기 위해 이런 전체이용가 컨셉을 한거라면, 정말 그냥 망해라.

 

이 코너는 개그맨들의 연기가 전혀 몰입이 되지 않는데, 이건 연기를 못한다기 보다는 전혀 몰입할 수 없는 캐릭을 만들었다는 게 문제다. 

 

사실 보면서 어이가 없어서 몇 번 웃기는 했다. 그래서 내가 화가 나서 더 뭐라하는 건지도 모른다. 웃으면 지는 느낌, 지금의 개콘을 보고 웃으면 자존심이 상한다. 내가 색안경을 쓰고 보는 건지, 개콘이 색안경을 씌워준건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이 인식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개콘은 폐지되는 것이 맞다.

 

 

 

요즘 예능을 보면 개그맨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 같은 개인 방송들이 아마추어들의 무대라면, 공개 코미디 무대는 프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완전히 뒤바뀐 형태다. 오히려 개그맨들의 설자리가 하나 둘 사라지고 개인 방송으로 전향하는 추세다.

 

이제 예능에서 개그맨들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개그맨이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요즘 예능을 보면 가수, 배우, 요리사, 아나운서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들을 만날 수 있다. 방송국 입장에선 더 이상 개그맨들을 키워 프로그램을 맡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덕분에 다양한 볼거리는 늘어나겠지만 이제 더 이상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과 같은 수준높은 MC들을 보진 못할 것이다.

 

그땐 그랬지, 그 때가 재밌었어, 이제는 추억으로 보내주자. 제대로 키워주지 않을거라면, 빨리 다른 곳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내주는 게 어떨까 싶다. 휴식기동안 유튜브로 만날 수 있다곤 하지만, 솔직히 기대는 안된다. 부디 나중에 내가 쓴 이글이 후회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줬으면 싶다.

 

 

 

 

 

코로나로 인한 명예죽음, 개그콘서트의 사실상 폐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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