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그학

확 바뀐 '개그콘서트' 살아날 수 있을까?

by 계단창고 2019. 8. 12.
반응형

3주간 쉬면서 내부적으로 정리한 개그콘서트

개그콘서트가 뜬금없이 1000회를 기점으로 쉰 것도 아니고,

1009회를 기점으로 3주간 쉬면서 큰 변화를 예고했다.

 

그 변화에 대해서 박형근 PD가 한 말들을 되짚어보면,

 

- 전체적인 코너 개편, 새로운 개그 코너 20~30개 준비

- 레전드 개그맨들의 복귀

- 중간 중간 콩트 형식의 영상 삽입

- 그 동안 거의 없었던 시사 풍자 코미디 코너 개설

- 이태선 밴드 대신 개그 위원회, 관객끼리 카톡오픈 채팅방으로 대체

 

우선 1010회를 보기 전 박형근 PD에 대한 기사를 보고 뭔 놈의 코너를 이삽심개나 준비했나.

애초에 개콘 자체에서 방송되는 코너가 열 개정도 밖에 안되는데.

레전드 들의 복귀? 돌아와서 옛날 개그를 하겠다고? 그게 재밌겠나.

이태선 밴드를 뺀다? 개그적인 부분이나 보완하지 멀쩡한 이태선 밴드를 왜 빼냐.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어떤 사람이 싫어지면 그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이 싫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PD가 최대한 긍정적으로 기대해 달란 식의 얘기를 했지만, 내가 알아서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때문에 그 만큼 기대치가 낮았던 탓일까.

1010회를 보고 나서 3주간 놀지만은 않았구나.

그냥 없어지기 전에 파일럿 프로그램 넣으면서 간 보려고만 했던 건 아니구나 생각했다.

 

우선 이번 평가글은 개편에 관해 초점을 맞춰,

개편에 대해 짚어보고 바뀐 개콘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하고 싶다.

다음에는 코너 하나하나를 짚어보며 얘기해보겠다.

 

우선 간단하게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고 들어가면 생각보단 괜찮았다.

별점 매기는 영화평론가마냥 점수를 줘보자면 10점 만점에 6점 정도 줄 수 있겠다.

 

그렇다고 크게 박장대소하며 본 것도 아니다.

실실 쪼개는 정도.

 

개콘위원회가 생겼다. 유민상, 김대희, 신봉선

그럼 이제부터 개콘이 어떻게 바뀌었나 전체적으로 둘러보자.

 

우선 새로운 개콘이 첫 개장을 하는 날인 만큼,

개콘이 시작되면 앞서 박형근 PD가 말한 것을

친절하게도 김대희가 짚어준다.

 

이태원 밴드 대신 새롭게 들어간 개콘 위원회라는 것이다.

 

개콘위원회와 더불어 객석 오픈 카톡방이 생겼다.

그리고 관객들을 위한 객석 오픈 카톡방이 생겼다.

뒤의 화면으로 오픈 카톡방이 나오는 데, 공연 중에는 나오지 않고

코너 사이사이에 정리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채워주는 역할이다.

 

한 마디로 쉽게 얘기하자면,

개콘위원회와 객석 오픈 카톡방은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

 

박형근 PD의 기사를 보면서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고 별로라고 생각했다.

개콘이 개편한 이유는 결국 시청률 때문이 가장 클텐데,

이 변화는 사실 영상으로 접하는 사람에게는 큰 차이가 없다.

 

코너 사이에 밴드 소리로 넘어가든, 카톡을 보여주면서 넘어가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하지만 보고 나서 어쩌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가 개콘이나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

어디서 웃어야 하는가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예능이나 시트콤을 보면 웃음 포인트를 짚어주는 웃음 소리를 넣은 경우와 안 넣은 경우가 있는데, 대체적으로 봤을 때 웃음소리를 넣는 편이 더 히트를 친 경우가 많다.

옆 사람이 하품을 하면 따라하듯이, 웃음 또한 전염되는 법이다.

같은 웃음이라도 포인트를 잘 잡아내면 작은 웃음이 큰 웃음으로 바뀌기도 한다.

 

개콘에서는 이 역할을 철저히 관객들이 담당한다.

그래서 코빅이나 개콘에서 먼저 관객들이 편하게 웃을 수 있게

사전 MC 등을 활용해서 관객들이 호응을 크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분명 PD가 이 부분을 신경 썼다는 것은,

개콘의 몰락과 함께 관객들도 약간 부정적인 입장에서 웃음이 잘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 편은 전반적으로 관객들의 호응이 좋아진 것을 보고

시스템을 바꾼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이 부분이 바뀐 것은 아마도 간접적으로는 TV 시청자를 위해 바꾼 것이지만,

그 전에 관객들의 마음부터 사로잡아야겠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으로 보인다.

 

박준형, 김시덕, 이재훈의 복귀. '2019 생활사투리'
강성범, 장동혁, 윤형빈의 복귀. '복면까왕'

 

레전드의 복귀는 박준형과 강성범이었다.

박준형은 김시덕, 이재훈과 함께 '2019 생활사투리',

강성범은 장동혁, 윤형빈과 함께 '복면까왕'이라는 코너로 찾아왔다.

 

'2019 생활사투리'는 기존 버전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포함시켰다.

'복면까왕'은 복면가왕처럼 복면을 쓰고 나와 익명 형식으로 정치에 대한 토론을 펼쳤다.

 

반가운 얼굴들이긴 하지만 1000회 때 이미 한 번 봤기 때문에

그 반가움이 조금 반감된 건 사실이다.

이건 어쩔 수없는 것이 아마 개편 자체가 1000회 특집 때 평가가 좋아서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새로 생긴 코너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코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고

관객 반응만 놓고 봤을 때 새롭게 충청도 사투리를 포함한 '2019 생활사투리'는 반응이 좋았고,

민감한 한일 문제를 다룬 '복면까왕'의 관객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

 

개그콘서트 '개콘 실험카메라'

중간에 '개콘 실험카메라'와 '좀비 서바이벌'이 준비된 영상으로 나왔는데,

'개콘 실험카메라'는 개그맨 선배들을 찾아가 리액션을 보며 웃는 것이고,

'좀비 서바이벌'은 무서운 좀비들이 만든 공익 캠페인 형식의 개그였다.

 

그냥 봤을 때 느낀 건,

예전 개그맨들이 계속 복귀하다 보니 신인들의 설 자리가 예전보다 없어졌는데, 이걸 이런 형식으로 남는 인력을 사용하는 구나하고 느꼈다.

 

'개콘 실험카메라'는 편집 방식이 유튜브에서 10대들이 많이 보는 유튜버들의 편집 방식을 채택했는데, 지상파에서 유튜브를 따라 한다는 게 괜히 마음이 찡했다.

 

이번 개편은 일반적인 공개 코미디에서는 자막을 거의 쓰지 않는데,

개편을 하면서 자막이 많이 들어갔다.

 

나는 이렇게 공개 코미디에서 갑자기 자막을 넣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MBC, SBS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기 전, 몇몇 코너에서 갑자기 자막을 넣었었다.

 

이유야 뻔하다.

개그가 재미 없으니까 자막으로라도 그 부분을 조금 채워보자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진짜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개콘 실험카메라'에서의 자막은 몰라도 다른 코너에서 자막 쓰는 건 진짜 안된다.

개그가 재미없으면 없는거지 자막 넣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자막을 넣는다고 재미없던 개그가 갑자기 재밌어지나?

쓸데없는 데 인력 낭비하지 말자.

 

괜히 추잡하고 안쓰럽게 보일 뿐이다.

다른 예능처럼 긴 시간을 압축해서 편집하는 것도 아닌데 자막이 무슨 소용인가.

자르고 붙이기만 하자.

 

개그콘서트 '쇼미더 아재'

이제 총 정리를 해볼건데, 그 전에 새로 생긴 코너들을 간략히 살펴보자.

 

'국제 유치원', '복면까왕'은 정치, 시사 개그

'쇼미더 아재'는 연예인들의 아버지가 나와서 하는 아재 개그 배틀

'개콘 실험카메라'는 10대들을 겨냥한 듯한 리액션 개그

그리고 그 외의 코너들.

 

이런 걸 보면서 가장 느꼈던 건 개콘이 진짜 욕심이 많구나라는 것이다.

물론 주말 예능이 가족과 함께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는 걸 지향하는 편이긴 한데, 어린 10대들부터 젊은이들, 중장년층, 남녀노소를 다 잡고 싶어하는 마음이 보인다.

 

이번 개편은 니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골고루 다 차려봤어, 하는 느낌.

맛집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메뉴판에 메뉴가 너무 많은 느낌?

전문점을 기대하고 갔는데 그냥 무난한 김밥천국같았다.

그 결과 큰 웃음은 하나도 없었고, 그냥 저냥 볼만할 뿐이었다.

 

시청률이 낮으니까 누구든 걸려라 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끌겠다는 것 같은데, 그게 먹힐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죽어가던

'웃찾사'의 수명을 연장시킨 건 테니스~ 테니스~를 외치던 '배우고 싶어요'와

남자들의 공감대를 건드린 '남자끼리'의 몫이 굉장히 크다고 본다.

 

미개척지였던 E스포츠 시장을 키운 건 스타크래프트와 프로게이머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임요환이라는 대형 스타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성장하긴 어려웠다.

 

매년 수백 그룹이 새롭게 쏟아지는 걸그룹 시장에서 대형 기획사없이 살아남는 건 어떤 멤버 한 명이 빵 뜨고 이슈가 되야 겨우 살아남는다.

 

하고 싶은 말은 결국 개콘은 예전처럼 스타성을 가진 개그맨이 없다는 걸 느꼈다.

어떤 대박 코너를 보려고 계속 기다리는 맛도 없다.

'저 놈 물건이네.' 하는 개그맨이 안 보인다.

 

복귀한 개그맨들 역시 이미 예능을 떠돌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소모되었고, 흔히 말해 단물빠진 스타성없는 개그맨들 뿐이다.

 

개그콘서트 마무리

 

개콘은 확실히 위기다.

개콘이 끝날 때 다음 주에는 또 다른 레전드의 복귀를 암시하며 기대를 부추겼는데,

하나도 기대되지 않는다.

 

그게 만약 김준호라면 약간 이슈는 되겠지.

 

어쨌든 지금 개콘은 당근보다 채찍이 필요한 시점인 건 확실하다.

마음 아픈 건 나처럼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점이고.

 

그래도 10점 만점에 6점을 준 것은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 개편을 하고 1회밖에 안 지났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역시 마무리는 '우리가 지켜볼 문제입니다.' 하고 어정쩡하게 끝내는 게 최고.

다음 편에서는 바뀐 개콘 코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