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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학

코미디빅리그 '동네 으른들' 또 이진호야?

by 계단창고 2019.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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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진호, 김두영, 문세윤, 이정수, 박영재

 

코미디빅리그가 이번에 3쿼터를 시작하면서 새로 시작한 '동네 으른들'이라는 코너다.

말 그대로 시골 동네 어르신들의 재밌는 부분들을 캐치해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어릴 적 시골에 살면서 동네 어르신분들의 대화를 자주 듣곤 했는데,

그 때 생각도 조금 나면서 실실 웃게 만드는 코너다.

 

코미디빅리 '동네 으른들'의 시작

시작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팔고있는 이정수와 그의 친구 박영재의 대화로 진행된다.

이정수가 어떤 이유로 슬퍼하며 울고 있으면 박영재가 나와 구박하지만,

슬픈 이유에 먹는 이야기가 포함되면 박영재가 더 크게 울기 시작한다.

 

대부분 이런 역할은 신인들이 맡기 마련인데,

이 둘은 연차가 꽤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웃찾사 시절에 이들을 많이 봤었는데, 그 때는 이들이 주로 메인으로 나왔다.

웃찾사가 없어지고 주로 인기 위주의 베테랑 개그맨들만 모인 코미디빅리그로 옮기다 보니

배역이 공격수에서 미드필더로 바뀐 건 어쩔 수 없다.

 

코빅에는 최성민처럼 받춰주는 역할에 특화된 개그맨은 거의 없다.

대부분 공격수에 골 잘 넣는 개그맨들만 있다 보니 나름 받춰주는 역할은 귀한 존재다.

물론 그 부분을 신인으로 메꿀 수야 있겠지만, 안정감 면에서는 차이가 크다.

 

이정수는 코빅으로 넘어와서 이진호와 개그를 많이 짜는데

수 엄마에서 수 역할, 궁예에서 금부장 역할로 은근히 재미를 많이 봤다.

나름 자신의 포지션에 만족하는 모양이다.

 

다른 코너들은 이렇게 앞부분에 주인공들이 나오기 전 웃음포인트 하나를 툭 치고

자리를 비켜주기 마련인데, 이들은 끝까지 이어가면서 주인공들의 개그를 받쳐준다.

어르신들의 행동을 태클걸거나 관객보다 더 크게 웃어주면서 웃음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코미디빅리그 '동네 으른들' 이진호, 김두영 등장

그 후에 이진호김두영이 등장한다.

주로 웃음 포인트는 이진호가 메인으로 담당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진호의 개그 코드를 좋아한다.

'웅이 아버지', '썸앤쌈', '왕자의 게임', '2018 궁예' 등 약간 모자란 캐릭터를 연기하며

억지 부리고 소리 지르는 병맛 코드를 꾸준히 밀고 있다.

 

특히 궁예 캐릭터는 그 부분에 굉장히 특화된 캐릭터였고,

신인들을 잘 이끌어 줬다는 측면에서 코미디빅리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너이기도 했다.

 

이진호와 같이 나오는 김두영은 MBC 개그맨 출신인데,

MBC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어느 순간 SNL에 나오더니 코빅으로 넘어왔다.

 

김두영 개인에 대한 평을 하자면 재능은 많은데 딱히 히트작이 없어서 아쉬운 인물이다.

 

행동 묘사나 성우같은 목소리로 순간순간 관객들의 환호를 받긴 하지만, 대부분 일회성인 경우가 많다.

차라리 인기가 좀 더 많아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 끼를 발휘했다면 더 빛이 났을 지도 모른다.

 

코미디빅리그 '진호를 위하여' 디스코 팡팡

 

코빅에서 그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아무래도 '진호를 위하여'에서 소파를 잡고

디스코 팡팡을 타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보고 미친듯이 웃으면서 몇 번이고 돌려 본 기억이 난다.

가장 웃겼던 것은 그가 소파 뒤를 잡다가 놓친 후에 바닥에서 콩콩 뛰는 것인데,

어떻게 했을까하는 생각으로 집 바닥에서 따라 해보다가 저게 얼마나 힘든 지를 깨달았다.

 

아마도 저 한 번의 웃음을 위해 얼마나 연습했을지 개그에 대한 열정이 높다고 생각했다.

 

코미디빅리그 '동네 으른들' 김국주를 따라하는 이진호

 

웃음 포인트는 단순하다.

 

글자 하나씩 틀려가며 말하기, 코빅 개그맨들 얘기하기, 젊은이들 딴지 걸기, 

타 예능 프로그램 잘못 이해하기, '니가 잘못혔어~' 등이 있고

마지막은 개그맨 한 명이 특별출연해서 마무리한다.

 

지금까지 3쿼터에서 5회가 방영됬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조금 다듬어졌다.

 

돈으로 쪼잔한 모습 보여주기, '나줘~ 나줘~', 마지막에 특별출연 대신 문세윤이 치매 노인으로

고정 등장한다.

 

틀은 당연히 똑같고 소재는 일주일마다 조금씩 바뀌는데 고정으로 등장하는 소재는 김국주다.

'국주의 거짓말'에서 이국주의 이름을 김국주로 부르며, 연놈들이 나와서 가슴을 치는 모습을 따라한다.

 

딱딱 박자감에 맞춰 명치를 찍는 것이 춤의 포인트인데,

특유의 어르신들 흥으로 느릿느릿 고개를 푹 숙인 채 춤을 춘다.

 

매번 등장하고 매번 똑같은 춤을 춰도 웃긴 걸 보니,

아마도 이 코너 자체가 사석에서 저렇게 이국주를 흉내내며 놀다가 영감을 얻어

만들어 진 것이 아닐까 싶다.

 

코미디빅리그 '동네 으른들'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오마나!

 

마지막에는 4회부터 문세윤이 고정으로 출연했다.

사실 위에는 치매 노인이라고 표현했지만, 치매까지는 아니고 건망증이 심한 할아버지를 연기한다.

 

핵심 포인트는 기억을 까먹으면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오마나!' 하면서 양팔을 드는 것이다.

저 대사를 처음 치기전에 '나두나두나두!'를 외치는데 예전에 웃찾사에서 졸탄 크루들이 했던

'희한하네'를 연상시킨다.

 

대부분 코빅에 출연하는 메인 연기자들은 2개의 코너에 들어간다.

스케줄로 상당히 바쁜 '박나래'와 '양세형'을 제외하고 코너가 편집되거나 빠그라지지 않는 이상

2번은 나오게 PD가 시키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외에도 2번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아마 다른 코너를 준비중일 것이다.

 

사실 박나래와 양세형 정도면 굳이 코빅을 출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예능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계속 나오는 걸 보면 개그에 대한 열정으로 본인들이 나오고자 하는 것 같다.

때문에 그들은 한 코너만 나와도 오히려 PD가 고마워 할 것이다.

어쨌든 존재만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니까.

 

이에 관해선 나중에 코미디빅리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논 할때 더 이야기하도록 하고,

다시 돌아와서 대부분 연기자들은 2개의 코너를 출연하는데,

대부분 하나는 메인으로 들어가고 다른 하나는 도움을 주는 식으로 들어간다.

 

이 코너의 경우도 마지막 문세윤의 출연은 처음에 개그맨들이 돌아가며 채우는 방식이었지만,

'산적은 산적이다' 코너를 하나만 하던 문세윤이 이 자리를 채운 걸로 보인다.

 

코미디빅리그 '동네 으른들'

 

개인적으로 이 코너에서 문세윤의 캐릭터가 좋았던 점은,

주로 맡던 캐릭터와 달라서 좋았다.

 

개그맨들이 개그를 하다보면 어느 한 코너가 뜨기 마련이고,

그 코너로 인해 대중들이 기대하는 이미지가 박히게 된다.

 

당연히 문세윤에게 기대하는 대중들의 캐릭터는 돼지 캐릭터이고,

본인도 그것을 잘 알기에 대부분 코너에서 이미지는 소비되서 식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갈 수 있는 돼지 역을 주로 맡아왔다.

 

이 코너에서도 그 색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지만,

주된 개그 코드가 돼지 코드가 아니라서 좋았다.

 

이건 개인적 호불호 문젠데,

개그 코드로 뚱뚱한 캐릭터가 나와서 뚱뚱한 짓을 하는 게 별로 웃기지가 않다.

예전에는 재밌어 하던 코드였다.

 

개그콘서트 '큰 세계'

 

그런데 이런 캐릭터를 너무 많이 본 것이 문제다.

특히 뚱땡이 개그는 소재의 특수성으로 인해 개그 패턴이 비슷해서 충분히 예측 가능한 범위안에

있기 때문에 다음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직접 앞에서 보는 공연이라면 모르겠지만, TV 너머로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식상할 뿐이다.

 

예를 들어 

돼지 캐릭터와 마른 캐릭터 둘이서 분식집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면서

돼지 캐릭터가 떡볶이 2인분, 김밥 2인분, 오뎅 2인분 등등 메뉴를 잔뜩 주문하면

마른 캐릭터가 놀라서 "둘이 먹는 데 왜 이렇게 많이 시켜?" 라고 말하면

돼지 캐릭터가 "무슨 소리야. 너도 시켜."라는 식의 개그나

 

피자집에 들어가 마른 캐릭터가 "여기 피자 한 판 주세요." 하면

돼지 캐릭터가 "너는 안 먹게?" 라는 식의 뚱땡이 개그는 그 패턴이 비슷하고

기본적인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이것은 반복적인 학습효과로

폭소클럽 '마른 인간 연구소', 개콘 '아빠와 아들', 개콘 '큰 세계' 등 이에 대해 연구를 많이한

유민상이 주로 재미봤던 개그로 뚱땡이 소재는 이미 여기서 모두 써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미디빅리그 '동네 으른들'

 

돼지 개그 얘기가 길어졌는데 그에 관해선 또 나중에 다룰 것이다.

어쨌든 '동네 으른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재밌다는 것이다.

 

확실히 개그는 취향을 많이 타는 것이

대체로 순위가 낮았던 '수 엄마', '2018 궁예'를 가장 재밌게 보았다.

 

'동네 으른들'을 제일 먼저 리뷰로 올린 것도 이진호의 개그가 내 취향과 딱 맞아서다.

 

다음에는 어떤 코너를 리뷰로 쓸 진 모르겠지만,

이 코너처럼 좋은 소리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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