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베스트 오퍼 ( The Best Offer )
제작년도 : 2013년 (한국 개봉은 2014년 6월)
장르 및 국가 : 범죄, 드라마 / 이탈리아
감독 : 쥬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 제프리 러쉬, 짐 스터게스, 실비아 획스
간략한 줄거리
매번 최고가로 미술품을 낙찰시키는 최고의 경매사이자 예술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는 완벽한 감정인이기도 한 주인공 올드먼. 고저택의 은둔한 여인으로부터 의뢰를 받으며 예기치 못한 인생의 변화를 맞이하는데...
네이버에 이렇게 간단하게 적혀있다.
왜 이렇게 짧게 줄거리를 적었을까 싶어서 방금 영화를 본 내가 줄거리를 좀 보충해서 적을려고 했는데, 줄이기가 너무 힘들다. 쉽게 말하자면 남들 신경 안쓰고 본인 일에만 관심있는 독불장군 캐릭터다. 그런 주인공이 사람을 절대 만나지 않는 자가격리(?) 여주인공을 만나게 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점점 변해간다는 어디선가 들어봤을법한 스토리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며 본 내 자신을 원망한다. 나도 주인공 올드먼처럼 그녀를 사랑했던 것인지, 영화의 결말을 보고 후유증이 밀려온다. 나쁜 ㄴㄴ................. 물건 고쳐주는 남자놈도 나오는 여자들마다 쪽쪽대고 할 때부터 불안하다 싶었는데.. 너무 열받는다.
이런 영화가 몇 개 있다. 보고 나면 후유증이 밀려오는 그런 영화.
건축학개론이라던지,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던지. 때문에 사실 로맨스 영화는 잘 안 보는 편인데,
왓챠플레이에서 제목만 읽고 본 것을 조금은 후회한다.
내가 이렇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본 이유는 올드먼의 연기 때문도 있었지만, 여주인공의 외모 때문이었다. 올드먼 형님이 구구절절 왜 사랑에 빠졌는지 얘기하지 않아도 그녀와의 첫대면에서 우리는 그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거의 백프로 확신할 수 있다. 딴 소리를 하자면 같은 이유 때문인지 어벤져스를 좋아하고 마블을 좋아하는 나지만 '캡틴 마블'은 차마 끝까지 보질 못했다.
올드먼은 결벽을 가지고 있다. 그의 진열대에는 수십개의 장갑이 있고, 그 뒤의 비밀금고에는 미술품들이 잔뜩 들어있다. 이제야 그렇구나 하고 느낀거지만 벽에 걸린 그림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주인공 클레어는 사람 자체를 만나지 않았다면, 올드먼은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모두 닫았다. 올드먼의 가장 친한 친구가 영화에서 나오는 데, 가장 친하다고 하는 친구의 마음조차 이해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하지만 걸린 그림들이 모두 여자인 걸 보면 올드먼은 마음의 문을 닫은 채로 나름의 독특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주인공을 표현하는 영화연출은 굉장히 좋았다. 매일같이 끼고 다니던 장갑을 점점 벗게 되고, 염색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이 점점 변해간다는 것을 우리는 느낀다. 장갑을 벗는다는 사소한 행위지만 여태까지 주인공을 봐온 우리들은 그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알 수 있다.
갑자기 딴 소리로 넘어가면 클레어의 저택에 도착한 올드먼은 부품을 하나 줍게 된다. 그 부품은 과거 최초의 로봇을 만든 사람의 것이며, 엄청난 값어치를 가진 물건임을 알게 된다. 그 로봇은 말을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어떻게 작동된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이 영화에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는 입장에서 보게 되었는데, 처음엔 여주인공이 로봇인 줄 알았다.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집사의 이야기나 말 할 수 있는 로봇, 절대로 나오지 않는 여주인공.
분명히 이 감독은 나를 그렇게 몰아갔다. '아.. 여자 주인공이 로봇이라서 사람을 만날 수가 없구나' 하고.
순간 나의 예리함이 영화를 보면서 또 한 번 번뜩였구나. 이 영화는 로봇과 꼰대 할배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제대로 낚였다. 올드먼이 저택에 숨어 클레어를 처음 봤을 때도 나는 클레어의 어딘가에 태엽장치같은 게 있진 않을까 계속해서 뚫어져라 봤다. 하아.. 이게 리뷰랑 무슨 상관이냐고?
그냥 억울해서... 써봤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가장 마음이 아픈 부분은 이 영화의 결말이다. 물론 주인공이 경매 사기를 치는 나쁜 놈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렇게까지 해야했을까. 최고의 감정사이며 경매사인 주인공이 자신의 사랑을 감정해내지 못한다는 그런 교훈을 꼭 줘야만 했을까. 요즘 영화들에 익숙해진 나는 혹시나 마지막에 주인공이 재활치료같은 걸 받아내고 복수하러 가진 않을까 했지만 이것도 헛다리였다. 슬프게도 올드먼은 쓸쓸히 식당에 앉아 여주인공을 기다리며 끝난다. 왜 경찰서를 안갔느냐... 설계 제대로 당했네.
영화를 방금 봐서 너무 몰입했나보다. 아직도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이 영화는 분명 교훈은 있지만 솔직히 나는 무슨 교훈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마음이 아플 뿐.
마음은 아픈데 눈물은 안나는 그런 영화.
아무튼 이 영화는 굉장히 좋은 영화다.
나처럼 너무 이입하지는 마라. 정신건강에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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